인터뷰-이상현 단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인터뷰-이상현 단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리모델링 필로티 규제, 전형적 탁상행정
심의 추가절차·지연이 최대의 고질병”
  • 최진 기자
  • 승인 2023.12.28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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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주거안전 걱정한다면
현재 아파트가 가장 위험
구조기술사 권한 보장해야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필로티 적용이 수직증축 안전성 검토 대상으로 간주되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관할청들은 아파트의 안전성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작 안전성을 연구하고 검토하는 건축학계는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후진국형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현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안전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현재의 아파트가 가장 위험한 상태”라며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기존의 아파트를 신속하게 재정비할 수 있는 정책이야말로 주거안전성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최근 리모델링 필로티 규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필로티 규제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의 다양한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우선 건축공학적으로 1개 층을 수직증축 하는 것은 안전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본적으로 공동주택 건물은 기존 수직하중의 40%까지 추가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산술적으로 10층 아파트는 14층까지 증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필로티 규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심의지연에 따른 사업지연이다. 현재 리모델링사업에서 가장 개선돼야 할 점은 바로 심의기간 지연 문제다. 다양한 의견들이 아무렇게나 제시되고 심지어 불합리한 요구도 많아, 심의절차마다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수직적인 심의절차 구조상 조합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외국기업이 오더라도 대한민국의 심의절차에 혀를 내두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결국, 불필요한 수직증축 심의절차 와 고질적인 심의지연 문제가 맞물리면서 안전과는 별개로 사업만 지연시키는 부작용이 초래될 형국이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후진국형 절차가 등장했다고 보면 된다. 

▲해당 규제의 소급적용 이유가‘안전’을 위해서라고 한다.

=우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심의절차를 끝낸 사항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판단이다. 특히, 규제를 소급하는 이유를 ‘안전’으로 꼽는다는 것은 무식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말 관할청이 국민의 주거안전을 걱정한다면 현재 아파트 구조가 가장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진설계나 스프링클러처럼 안전기술이 반영되지 않은 건축물이 재난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는지는 해외 사례를 통해 확인된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성냥갑 터널폼으로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측면 충격에 취약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

조적벽으로 공간만 분리한 형태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재건축을 통해서든 리모델링을 통해서든 현재 위험한 건축물을 빨리 보강해야 한다.

만약 기존 아파트가 부실하게 시공됐다고 해도 리모델링으로 하중을 분산하고 벽체를 보강하는 공법이 얼마든지 있다. 이미 대한민국 기술력은 두바이 등 해외 유명 건축물을 통해 그 능력이 증명됐다. 불필요한 규제가 사라진다면 얼마든지 안전하게 새로운 주거문화를 선보일 수 있다.

▲필로티 설계가 아파트 안전성과 연관이 있나.

=필로티 설계는 앞서 이야기했듯 수직하중이든 수평하중이든 기존의 주택보다 크게 안전성을 보완한다. 특히, 리모델링을 통해 추가되는 승강기 벽체는 아파트의 수직하중뿐 아니라, 수평하중까지 크게 보강하기 때문에 필로티 설계는 지하주차장 직결이라는 생활편의뿐 아니라, 안전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또 1층의 경우 수직하중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에 기존 벽체를 보강하는 과정에서 두꺼워질 수 있다. 벽체가 두꺼워지다보니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라면 전용면적 감소에 민감할 수 있지만, 필로티로 활용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없다.

따라서 리모델링 필로티 설계는 거주자들의 생활편의는 물론 안전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을 소급적용까지 하면서 규제할 필요가 없다.

▲리모델링 안전성에 대한 정책 제언을 한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정말 아파트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구조기술사의 권한을 법리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건축물의 수직·수평하중 등을 계산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구조기술사의 역할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건축사가 설계를 마친 후 구조기술사에게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가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구조기술사의 인원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구조기술사의 독립성이 위축된 업계 상황에서는 지원자들이나 종사자들이 늘어나기 어렵다. 특히, 리모델링에서는 구조기술사의 역량과 권한을 강화하는 정책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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