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통합정비 ‘강권’ 우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통합정비 ‘강권’ 우려
  • 이태희 부연구위원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 승인 2024.03.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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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현재 정비사업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이다. 특별법의 입법취지와 정부 및 지자체의 기본적인 지향점은 정비사업의 신속·원활한 추진에 있다. 다만, 현재까지 발표된 노후계획도시 관련 정비사업 제도와 정책에는 일부 우려가 되는 점이 있다. 

가장 우려가 되는 점은 특별정비구역 지정 요건으로 통합정비를 반드시 적용토록 한 것이다. 특별법에 따른 특례는 특별정비구역에 집중하게 돼 있고, 선도지구도 특별정비구역 중에서 선정하게 돼 있다. 즉, 통합정비 적용을 사실상‘강권’하고 있다. 

물론, 통합정비 방식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도시계획 측면에서는 공간 재구조화와 기반시설 정비에 있어 유리하다. 사업시행자로서는 일조, 채광 등을 고려해 주택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고, 이를 위한 학교 재배치 등도 가능하다.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고 대단지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통합정비가 잘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난관은 종후자산 배분방식 관련 갈등일 것이다.

대다수 조합원은 조망과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곳에 분양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배분가능한 자원은 한정돼 있기에 경합과 갈등이 발생한다. 조망권 등 입지적 가치 차가 두드러지는 곳에서는 심지어 일부 동을 분할해서 따로 재건축을 하자는 주장도 제기될 정도이다. 위치뿐 아니라, 평형 배분 및 배치와 관련해서도 첨예한 분쟁이 발생한다.

단일단지 재건축에서도 이와 관련한 갈등이 매우 첨예하게 나타날진대, 통합재건축을 한다면 갈등은 훨씬 더 복잡하고 심해질 것이다. 

대지지분 규모 차에 따른 종후자산 배분의 형평성 관련 갈등도 첨예하게 발생할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현행 종전·종후자산평가 방식에 기인하는 문제인데, 특히 단지 간 대지지분 차가 큰 경우 대지지분을 많이 가진 측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가 등 복리시설과 관련한 분쟁도 더욱 해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해관계 차로 인해 대다수 재건축단지에서 주택과 상가 소유자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조합설립을 위해서는 동별동의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상가 등 복리시설도 1개 동으로 본다.

대개 상가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못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 조합설립까지만 15년 이상 걸리고 그 후에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소송을 진행 중인 단지도 여럿 있을 정도이다.

여기에 더해 통합재건축을 한다면 각 단지별 상가 간에도 이해관계 차가 커 분쟁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단독재건축을 하면 상가 위치에 따라 토지를 분할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통합재건축 시 이조차도 어려워지게 된다.

여기에 유치원 등 다른 복리시설까지 분쟁에 가미된다면 재건축사업은 여러 이해관계를 조율해 조합을 설립하는 것조차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어려운 통합재건축을 사실상 ‘강권’할 충분한 편익이 있을까? 정책 목적 달성이나 사업성 확보를 위해, 그리고 여러 단지가 공유 필지로 묶여 있는 곳 등 통합재건축 추진이 필요한 곳이 일부 존재한다. 다만, 모든 구역에서 통합재건축을 적용하도록 유도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서울시 행당6·7구역처럼 통합정비를 하지 않고도 인접 구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할 수 있다. 목동신도시 재건축처럼 광역적 정비에 있어서도 통합정비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필요성이 인정되는 곳에만 적용토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은 그렇지 않아도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하기에 복잡하다. 복잡한 만큼 가능한 단순하게 정책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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